iTEC
'적정 스마트 팩토리'로 中企 생산성 높여야
 
 
"생산량 파악 가능한 전력센서처럼 
저비용 스마트공장 경험 쌓아야" 

 

안성훈 < 서울대 교수·기계공학 >
 Prof. Ahn

최근 아마존은 의류를 소비자 맞춤형으로 제조하고 신속하게 배달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 기술에 관한 6건의 미국 특허를 출원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소규모 유통업을 위협하고 있는 아마존이 제조업까지 넘보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움직임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 그러나 제조업 근로자 1인당 노동생산성은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우리와 경쟁하는 제조강국들은 전통적인 노동집약적 제조업을 스마트 팩토리로 혁신해 4차 산업혁명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감소와 함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주 52시간제까지 시행돼 생산성을 높이지 않고서는 제조업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 LG 등 몇몇 대기업을 제외한 국내 제조업체들은 로봇, 센서, ICT,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높은 수준의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지 못했거나, 일부 구축된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는 ICT를 접목해 생산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내고 인공지능 등으로 이들 데이터를 분석해 수요자가 원하는 제품을 보다 빨리 제조하는 기술이다. 

공장과 데이터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하는 게 센서인데 우리나라 스마트 공장은 기본적인 제조 데이터를 얻는 이 센서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센서와 부가장비를 설치하고 운용하는 비용이 중소기업으로서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또 센서에서 측정되는 제조 데이터를 축적하더라도 이를 유용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센서를 통해 수집·축적한 빅데이터를 제조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독일 등의 고가 스마트 팩토리 기술과 장비를 그대로 들여오기보다 꼭 필요한 기능을 갖춘 ‘적정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는 것이다. 저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축하는 적정 스마트 팩토리는 중소기업 자체 인력으로도 운영할 수 있다.

적정 스마트 팩토리를 이루는 한 가지 간단한 예로는 전력센서를 꼽을 수 있다. 전력센서는 제조장비에 사용되는 전기 에너지를 측정하며, 통신을 접목하면 국내외 공장에서 가동 중인 장비의 상태와 생산량을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제품 생산량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면 생산라인에서 병목현상이 일어나는 위치를 찾아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나아가 전력센서에 각종 장치를 원격 제어하는 스위치를 연결하면 낭비되는 전력 에너지를 줄일 수도 있다. 

제품에 따라 어떤 공장은 높은 수준의 적정 스마트 팩토리 적용이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하더라도 빨리 접해보는 것이 도입 여부를 고민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낫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적정 스마트 팩토리는 낮은 설치비용으로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별로 잃을 것이 없다. 

아마존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전 세계 많은 공장이 스마트 팩토리로 나아가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이 경쟁국 기업들의 스마트 팩토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Source: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8092111451#Redyho

1091 | 27-09-2018